본문 바로가기
경상도 사투리를 말하다

경상도 사투리를 갈키 주꾸마.. 27. 다분시럽다 편..^^

by 雜學小識 2009. 7. 16.
반응형
경상도 사투리를 갈키 주꾸마.. 27. 다분시럽다 편..^^


이번에 적어볼 단어는 "다분시럽다"입니다.
뭐 특별히 이 단어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할만한 계기 같은 것은 없었는데요, 그렇지만 괜히 입안에 맴돌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.^^;


그런데, "다분시럽다" 혹은, "다분스럽다"라는 이 단어를 들으시고,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가 혹시 있으신지요?

음..
제가 만약 경상도 사람이 아니어서 이 단어의 뜻을 모른다면, "다분시럽다"라는 단어를 듣고 가장 먼저 어떤 단어가 떠올랐을까를 생각해 봤더니, 연상되는 단어가 하나 있었습니다.
바로, "다분하다"[각주:1]라는 단어인데요.
일단, "다분"이라는 어간 부분이 같으니, 왠지 어떤 연관이 있을 것만 같지 않습니까?^^
그런데, 왠지 비슷한 뜻일 것 같은 표준어 "다분하다"와 지금 적고자 하는 "다분시럽다"는 그 뜻을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.[각주:2]

그럼, 표준어 "다분하다"와는 별개의 뜻을 지닌, 경상도 사투리 "다분시럽다"를 한번 풀어보겠습니다.^^




일단, 사전적 의미입니다.

다분시럽다.

뜻....>>> "수다스럽다"의 경남 방언이라고 인터넷 사전에서는 적고 있네요.

소리....>>> 다분시럽따 (발음할 때는 첫음절인 "다"에 강세를 줘서 발음하면 되겠습니다.)


만구 내 맘대로 단어 풀이...>>
다분시럽다..
사전적 의미는 "수다스럽다"라고 적고 있지만, 경상도에서의 실제 사용 예를 생각해 보면 단순한 "수다" 정도에 이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.
그러니까, "다분시럽다"라는 의미는 "했던 말을 또하고, 또하다" 정도의 의미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.



활용 예..>>
1. "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번 두번이지, 너무 다분시러븐 거 아이가?"
--->>>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지, 너무 자주 했던 말을 또 하는 것 아니니?

상황 설명을 좀 해보자면,
가령, 갑이라는 사람이 을이라는 사람에게 같은 내용의 말, 충고, 조언, 잔소리를 수차례에 걸쳐서 하게된다면, 그 말을 듣게 된 을이 그러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입니다.
그리고, 을이 이처럼 '다분스럽다'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, 그 말 이면에 더이상 그러한 이야기는 듣기가 싫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고요.

2. "야야, 인자 좀 그마해라. 다분시러븐 것도 병이데이~"
--->>> 얘, 이제 그만 좀 해라. 했던 말을 또하고 또하는 것도 병이란다.

상황은 앞서 적어본 '예 1'과 같겠고요.
이 말을 하는 사람 역시, 상대방이 자꾸만 했던 말을 또하는 것이 듣기 싫어, 그것을 멈추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.


음..
그런데, 앞서 이와 유사한 의미의 사투리를 이미 하나 적었던 기억이 나네요.
바로,"깨씹다"라는 단어였는데요.

"다분시럽다"와 "깨씹다"..
이 두 단어는 모두, "했던 말을 또하는"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 같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.
굳이 두 단어를 구분하자면, '다분시럽다'보다는 "깨씹다"라는 단어가 부정적인 의미를 조금 더 많이 내포하고 있고, 따라서 조금 더 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.

여하튼, 이 두 단어 모두, 윗사람에게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단어입니다.
가령, 나보다 연장자이거나, 상사에게 "아, 그만 좀 깨씹으이소~" 라던가, "아, 이 행님, 진짜로 다분시럽네~"라던가,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것은 바로 하극상, 내지는 전쟁 선포라고 보면 될 것 같고요.;;;
술 많이 먹고 째리지[각주:3] 않는 이상은;;; 맨 정신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라고 해야겠습니다.


그럼, 오늘의 사투리 공부는 이쯤에서 접고요. 조만간 또다른 단어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.^^
(참, 경상도 분이시라면, 읽어보시고, 고칠 부분 있으면 알려주세요^^)


-- 이 글은 2009년 4월 15일에 발행된 글입니다. 2009년 7월 16일에 재발행합니다. --

  1. "다분하다"라는 표준어 단어.. 뜻은 "그 비율이 어느 정도 많다"이고, 이 단어가 들어가는 주요 표현은 " ~~할 소지가 다분하다." 정도일 것 같습니다. [본문으로]
  2. 물론, '다분'이라는 한자를 풀어가면서,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면, 또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...;;; [본문으로]
  3. ㅋ.. 째리다.. 이 단어도 경상도에서 사투리로 쓰이는 단어입니다. 바로, "술에 취하다".. 뭐, 이런 의미인데요. 이 표현 역시, 윗사람에게 써서는 곤란한 단어입니다.;;; 음.. 언제 기회가 된다면, "째리다"라는 단어로 좀 적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.^^ [본문으로]
반응형

댓글